|
 |
신학교가 목사의 자격증 주는 곳인가, 직업훈련소인가
2013-04-17 09:32:16 read : 7604
타인의 사명, 판단할 자격은 누구에게도 없어
신학 VS 목회, 어느 것이 우선?
“신학대학교에서 배운 것이 목회 현장에서는 아무 쓸모가 없더라”
신학교 무용론을 주장하는 이들이 한 목소리로 외치는 불만이다. 신학교에서 머리 터지게 공부했지만 막상 교회 현장에서 목회를 하다보니 하나도 도움이 되는 것이 없더라는 말이다.
왜 이런 주장이 제기됐을까. 바로 오늘날 목회자들이 원하는 목회자상과 신학교가 추구하는 목회자상이 상이(相異)하기 때문이다.
일선 목회자들은 ‘영적 체험이 있는 목회자상’, ‘리더십 있는 목회자상’을 원하고 있지만 신학교는 ‘학문적 깊이가 있는 목회자상’을 추구하고 있기 때문인 것으로 보아진다.
신학교 무용론자들은 “현재의 신학교육이 지나치게 학문적으로 치중되어 있어서 교회 현장에서 성도들이 원하는 목회자로 양성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한다.
또 “신학교수들이 학문적인 깊이는 있지만 목회현장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고 있으며, 영성의 깊이도 부족하다”고 꼬집는다.
반면 신학교수들은 “신학은 목회를 위한 기본 중에 기본에 속한다. 기본도 제대로 갖추지 않고 어찌 목회를 하겠다는 것이냐”며 질타한다.
하지만 일부 교수들은 “현재의 신학교육이 학문에 치우쳐 실천과의 연계가 부족한 것은 사실”이라며 “목회적 역량을 배양하기 위한 추가적인 과정이 필요하다”고 피력하기도 한다.
신학교의 교육 목적이 목회자를 양성하기 위한 것이라면 실제적인 목회적 능력도 배양할 수 있는 기관이 되어야 한다는 점을 인정한 것으로 해석된다.
신학 없이 목회할 수 있나?
신학교 무용론에 앞서 신학무용론(神學無用論)은 비교적 오래 전부터 회자되어 왔다.
실로 한국교회 안에 적지 않은 목회자들이 신학무용론을 펼치고 있다. 목회를 해야지 신학은 해서 뭐하느냐는 것이다.
이들은 신학교는 단지 목사의 자격을 따기 위해 다니는 곳이고, 목사가 되기 위해 신학은 일련의 과정에 불과하다고 치부한다. 목회를 하기 위해 일단 목사라는 직업을 갖는 것을 목적으로 하는 사람들도 이에 속한다.
그저 많은 사람들이 좇아가는 것이면 이미 충분히 검증된 것으로 생각하고, 자신의 신학적 입장이나 관점은 생각해본 적 없는 사람들. 진지한 신학적 사고를 그저 주의 사역을 방해하는 걸림돌처럼 여기기까지 하는 이들은 머리 아픈 신학보다 영혼을 살리는 목회가 더 중요하다고 말한다.
하지만 탄탄한 신학적 바탕 없이 바른 목회가 가능할까. 누군가의 괴기함이 어떤 신학적 하자가 있는지, 심지어 이단성이 있는지도 깨닫지 못한 채 마냥 전도가 잘되고 사람들이 좋아하는 설교를 한다고 잘하는 목회일까.
생각해 보자. 의학 무용론자들이 의사가 되어 환자를 치료한다면 누가 그 의사를 신뢰하고 자신의 몸을 내어 맡길 수 있을까. 이런 사람들이 대학병원의 원장이 되고, 심지어 의대 교수가 되고, 이들이 가르치는 의학 무용론을 학생들이 답습한다면 우리는 누구에게 마음 놓고 병을 치료해달라 할 수 있겠는가.
육체의 병을 치료하는 의사도 그럴진대 영혼을 구하는 목사의 자격은 결코 가벼이 볼 수 없다.
웨스트민스터신학대학원대학교 박형용 총장은 “신학 무용론이라는 것은 사람을 구원하고 감화시키는 것이 하나님의 말씀이 아니라 인간의 방법론으로 할 수 있다는 생각에 기초하고 있다. 좋은 격언이나 간증담만으로 목회를 할 수 없지 않느냐”면서 “신학이 없으면 목회가 불가능하고, 교회의 존재가 무용하게 되며, 결국 목회자가 될 수 없다”며 정신없는 소리라고 단언했다.
사명의 문제 가볍지 않다
신학교 무용론에서 불똥이 잘못 튀어 일부에서는 군소신학교 무용론도 공공연히 회자되고 있다. 대부분 과정이 짧고 커리큘럼도 빈약하여 자질이 부족한 목사들 양산소라고 비난하는 것이다.
더군다나 학생들의 절대 다수가 만학도들이다보니 “할 것 없어서 목사나 하려고 한다”거나 “어디서 교회가 돈 된다는 소리를 어설프게 듣고 목사가 되려 한다”는 등 악의적인 비난에 직면하기도 한다.
하지만 거꾸로 생각해보면 이러한 비난을 퍼붓는 목사들 자신들의 사명의식을 점검해볼 필요가 있다.
다른 사람이 받은 사명은 아랑곳하지 않고 ‘직업이 없어서’나 ‘돈 때문에 뒤늦게 목사가 되려 한다’는 생각을 할 정도면 그 자신도 분명한 사명을 받은 바 없을 지도 모른다는 의혹에 이르게 된다.
본인이 분명한 사명을 받아 신학공부를 하고 목사가 됐다면, 그리고 자신이 사명을 받았다는 사실을 다른 사람에게 입증할 수 없다는 점을 인식한다면, 다른 사람이 사명을 받지 않았다고 단언할 수 없기 때문이다.
총회직영사이버원격신학교 강요셉 학장은 “주로 소위 대형 신학대학교를 나왔다는 사람들이 군소신학교의 만학도들을 마땅찮은 눈으로 바라보는 경우가 많다”며 “왜 만학도들을 비하하는지, 과연 그들에게 그런 자격이 있는지 묻고 싶다”고 말했다.
강 학장은 “엘리사가 운영했던 선지학교에도 만학도들이 많았다. 먹고살기 힘들어 엘리사를 찾아온 여인도 만학도의 아내였고, 한국 신학교의 시초인 평양신학교도 2명의 만학도로 출발했다”며 “당사자가 받은 사명을 두고 타인이 왈가왈부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고 딱 잘라 말했다.
이어 “이런 비난을 받도록 긴장감 없이 방만하게 운영되고 대충 목사들을 찍어내는 신학교들이 있는 것도 사실”이라며 “신학 교육의 사명을 받은 신학교 운영자들이 목회의 사명을 받은 목사들보다 더 투철한 사명감을 가지고 내실을 기해야만 한다”고 피력했다.
신학 교육에 현장성을 가미하면?
신학교는 분명히 필요하다. 오늘날 날로 심각해지고 있는 혼합주의와 이단사이비 문제를 염려할 때 학문 중심의 신학교육도 결코 양보될 수 없다. 동시에 목회적 역량을 배양하기 위한 실천적 과정의 필요성도 간과할 수 없다.
실천적인 부분을 강조하기 위해 이론을 약화시켜서는 안된다. 이론은 이론대로 강조하되 실천적인 부분이 필요하다면 부가적으로 그 비중을 늘려가야 한다.
여기에 오늘날 신학교들의 과제가 분명해진다. 목회자를 양성하는데 있어 신학적으로 탄탄한 반석 위에 세우되 훌륭한 목회적 능력도 배양하는 두 가지 목표를 지향해야 한다.
흔히 목사가 개척교회를 세우는 것을 빗대어 ‘맨 땅에 헤딩한다’고 표현한다. 매우 그럴듯한 것이 신학적 지식만 가지고 현실 목회에 부딪히면 머릿속엔 성경지식만 있을 뿐 성도들을 어떻게 대해야 하는지, 설득력 있는 설교 스피치는 무엇인지, 주례는 어떻게 봐야 하는지 등 모르는 것 투성이기 때문이다.
더 이상 단순히 신학적 지식만 갖고 목회할 수 있는 시대가 아니다. 목회자로서 필요한 여러 기술들에 익숙해져야 소위 말하는 성공적인 목회자로서의 가능성을 갖추게 된다.
앞서 언급된 총회직영사이버원격신학교는 그런 면에서 탁월한 교육 체계를 갖추고 있다고 평가된다. 철저한 커리큘럼 하에 교육이 이뤄질 뿐 아니라 실제 목회에 앞서 충분한 연습의 기회를 가질 수 있도록 신학교 부설 총신교회를 두고 서로의 설교와 강단에서의 모습을 비교하고 바로잡을 수 있도록 하고 있다. 또 매 설교마다 학장이 직접 평가하여 조언하는 등 현장 목회에 잘 적응할 수 있도록 충분한 연습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학문에만 치중된 신학 교육’. ‘현장과 방법을 중요시하는 목회 지상’. 21세기 신학교육은 이 두 가지를 적절히 배합해야 할 과제를 안고 있다.
무엇보다도 가장 기본이 되는 신학의 중요성 때문이요, 일선 목회자들의 강력한 요구 때문이며, 결코 무시할 수 없는 현장목회의 현실 때문이다.
|
 독자 한마디 |
 |
|
|
|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