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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살 때문에 1년에 15,000명 죽고 100만명 고통받아
2012-09-19 17:20:23 read : 4771
‘休 & Talk’ 자살예방 및 유가족 위로 행사
▲‘休 & Talk’ 자살예방 및 유가족 위로 행사. ⓒ신태진 기자
한국자살예방협회가 주최하고 중앙자살예방센터가 주관한 ‘休 & Talk 자살예방 및 자살자 유가족 위로 행사’가, “생명, 더불어 지킬수록 아름답습니다”라는 주제로 12일(수) 오후 3시 강남구 삼성동 라마다서울호텔에서 개최됐다.
이번 행사는 자살에 대한 대중의 사회적 관심을 고취시키고자 기획됐다. 유가족이 겪는 상실감에 대해 국내 최초로 객석과 소통하는 시간을 가졌다는 데 의의가 있다. OECD 국가 중 자살률 1위를 기록하고 있는 한국의 자살문제에 대해서도 심도 깊은 논의가 이뤄졌다.
WHO 자살예방 팀 리더인 왕 샹동 박사(Dr. Wang Xiangdong)는 축사에서 “기록적인 자살 수치의 이면에는 가족, 친구들의 인간적인 책임도 있다는 것을 기억해야 한다. 자살은 사회적 문제이며 우리가 깊히 생각해야 할 문제다. 자살은 충분히 예방될 수 있기에 우리 각자가 생명을 구하는 노력에 동참해야 할 것”이라고 전했다.
하규섭 한국자살예방협회장은 “한국은 2000년도 이후 한 해 15,000여명이 자살하고 있다. 하루 평균 42명이 자살하며 70~80명이 자살을 시도하고 있다. 단 2시간에 4명이 죽고 있다. 청년들의 경우 자살로 죽는 수치가 교통사고의 2배로, 죽음의 원인 1위다. 1년에 20~30만 명이 자살을 시도하고 있으며 그 가족까지 합치면 100만여명이 고통 받고 있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자살의 주된 이유 중 하나는 가치관의 변화다. 자살이 문화적 현상이 되어 ‘힘들면 그냥 죽어버리지 뭐’라고 생각하는 것이다. 이는 유명 연예인 등 공인들과 메스컴의 영향이 크다. 실제로 한 유명 여배우가 자살하자 그 해 자살률이 80%나 증가했다. 자살예방협회장으로서 ‘한 해 15,000명이 죽는다’는 사실이 가장 불편했다. 일본의 경우 연 간 1천억 이상을 자살 예방에 쏟는데, 한국은 고작 수십억에 불과하다”고 전했다.
기독교자살예방센터 공동대표인 노용찬 목사는 자살자 유가족으로서의 간증을 전했다. 1980년도 3월 당시 고등학생이었던 노 목사는, 학교 수업을 마치고 집에 돌아왔을 때 화장실 세척액을 마시고 병원에 실려간 부친의 소식을 듣게 됐다. 그의 부친은 친구에게 빌려준 돈을 돌려받지 못해 회사가 부도나자 자살을 선택한 것이다.
노 목사의 부친은 일제강점기, 6.25 참전, 폐 결핵, 아내의 죽음 등 힘든 일들을 많이 겪었지만 강인하게 극복해 나갔었다. 당시 노 목사는 아버지가 우울증에 시달리기는 했지만 강인한 성품이고 가족들이 있기에 이겨낼 것이라고 여겼었다. 그의 부친은 끊었던 담배를 다시 피기 시작했고, 말 수가 적어져 갔다. 자살하던 그 날에는 가족들을 길 앞까지 마중해 줬다.
노 목사는 부친의 자살 이후 악몽을 꾸기 시작했다. 부친과 같이 누워 있는데, 부친이 일어나 “왜 좀 더 기다려보지 그랬느냐”라고 말하는 꿈이다. 노 목사는 2년 넘게 이 꿈을 꿨지만, 그 누구에게도 말할 수 없었다. 가족 누구도 아버지의 죽음을 입에 담지 않았다. 아버지의 자살은 집안의 비밀이 됐다.
그가 이 악몽에서 벗어나게 된 것은 세월이 많이 지난 94년 가정사역을 하면서부터였다. 알콜 중독자 가정의 아이들 등 어려운 가정의 아이들을 돕는 과정에서 가슴 아픈 사연을 많이 듣게 됐는데, 노 목사 또한 상담과정에서 자신의 과거사를 처음 이야기하게 됐다. 그 때 그는 자살은 감춰야 할 문제도, 수치도 아니라는 사실을 깨닫게 됐다.
노 목사는 “대부분의 자살자 유가족들은 “왜 내가 좀 더 민감하지 못했을까”라는 자책 속에 살아간다. 우리가 스스로 자살 예방 자원봉사자가 되어 그들을 지켜줘야 한다. 특히 교회는 자살을 죄로 터부시하면 안 되며 오히려 유가족들이 더 적극적으로 이야기할 수 있도록 도와야 한다. 유가족들을 위한 프로그램도 많이 필요하며 지원도 증가해야 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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