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 사회] 매서운 칼바람이 몰아치던 2010년 1월. 다영(가명·여)이는 엄마 뱃속에서 열 달을 채우지 못하고 미숙아로 세상에 나왔다.
너무도 작았던 다영이는 숨쉬는 것조차 버거울 만큼 상태가 좋지 않았다.
병원에서는 “평생 장애를 안고 살아가야 될지도 모른다”고 설명했다.
청천벽력 같은 소식에 생모는 퇴원수속도 밟지 않고 야반도주해버렸다.
병원에는 ‘입양을 보내겠다’는 뜻만 전했다.

간호사를 통해 다영이의 안타까운 사연을 들은 재미교포 ‘매리(marry·인터넷 포털 닉네임)’는 한국행 비행기에 올랐다.
너무나도 약한 다영이의 모습에 그는 곧 입양을 결심했다.
매리에게 다영이는 하늘이 내려 준 천사였다.
정성어린 간호 때문이었을까. 다영이도 하루하루 달라졌다.
사랑을 받는 만큼 몸무게도 늘고 키도 자랐다.
가장 염려됐던 심장도 튼튼해졌다.
결국 다영이는 지난해 말 긴 병원 생활을 마치고 건강한 모습으로 엄마와 함께 미국으로 갔다.
미국에서는 6살, 4살 터울의 언니와 오빠가 다영이를 기다리고 있었다.

하지만 지난 7월 갑자기 생모로부터 연락이 왔다.
생모는 “다영이가 건강하게 자라고 있다는 소식을 들었다”며 “다시 데려가고 싶다”고 말했다.
매리는 가슴으로 낳은 다영이를 보낼 수는 없었다.

그렇지만 아픈 다영이를 입양 보내고 하루도 마음 편할 날 없었을 생모를 생각하면 모질게 연락을 끊을 수도 없는 일이었다.
결국 고민 끝에 매리는 최근 유명 포털 게시판에 건강하게 자라고 있는 다영이의 사진들을 올렸다.

그는 “아이가 현재 만 19개월”이라며 “반년 뒤 미국 영주권 신청과 함께 시민권을 받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아이가 이 다음에 친엄마를 만나고 싶어 한다면 흔쾌히 만나게 해주고 싶다”면서도 “하지만 아직 의사결정을 할 수 없는 만큼 지금은 우리가 품고 싶다”고 말했다.

매리가 게시판에 글을 올린 후 얼마지나지 않아 생모에게 다시 연락이 왔다.
생모는 “아이를 더 이상 데려간다고 하지 않겠다”면서 “다만 아이가 커가는 모습이나 소식을 간간이 들었으면 한다”고 부탁했다.

다영이의 사연은 각종 커뮤니티 사이트로 확산되면서 수많은 네티즌들의 응원을 받고 있다. 닉네임 ‘dd***’은 “온 세상 사랑 가득 품고 자라나는 아이가 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15**’는 “사랑스러운 천사가 미국 엄마 아래서 건강하게 자랐으면 좋겠다”는 댓글을 남겼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이지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