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진우

가난한 교회가 더 가난한 교회에 예배당 내어주다

이야기 하나
저희 교회는 장로교의 장자 교단이라 자처하는 다 아실 만한 대형 교단에 속한 교회입니다. 목사 안수받고 지하에 개척하면서 7년을 지냈습니다. 사례는 80만 원으로 시작해서 지금은 130만 원이 되었습니다. 두세 번 빼고는 제때 사례를 받아 본 적이 없었습니다. 소위 맨땅에 헤딩하는 개척을 용감하게(?) 시작했던 것입니다.

그동안 딱 한 차례, 같은 노회의 중형 교회에서 매월 5만 원씩 1년을 후원받았습니다. 개척하면서부터 노회 상납금은 산더미 같이 밀려서, 계산해 보면 지금까지 밀린 금액은 엄청납니다.

그러면서도 제 마음을 아프게 했던 것들은 상납금을 완불하면 해마다 한 차례씩 있는 목회자 수련회(말이 수련회이지 해외여행)의 비용 중에 몇 십만 원을 지원해 준다는 노회 공문들이었습니다. 몇몇 목사님들은 골프채까지 챙겨서 목회자 수련회에 다녀왔다는 이야기도 자주 들었습니다.

물론 한 번도 이 정체 모를 목회자 수련회에는 참석하지 못했습니다. 노회 상납금을 낼 수 없는 형편에서 해외여행은 엄두도 못 냈습니다. 결국 피땀 어린 성도들의 헌금이 몇몇 목사님들의 해외여행 경비로 쓰인다는 생각에 마음이 답답했습니다.

그리고 끊임없이 일어나는 소위 정치하는 목사님들의 부정과 부조리들이었습니다. 개척한 지 수년 만에 이권 다툼으로, 실력 행사로 노회가 갈라지고 분열되는 모습을 수차례 겪었습니다.

심지어는 재개발되는 교회가 건축 회사로부터 수억대의 보상이 주어지자 너도나도 달려들어 싸우는 모습들도 보아야 했습니다. 결국 동원된 용역 깡패들에 의해 노회 때에 목사님들이 끌려 나오는 수모를 당하는 것도 보았습니다. 이외에도……. 무슨 말을 더 하겠습니까?

이것이 제가 목사가 되어 8년 정도 사역하면서 겪었던 것들입니다. 다들 자기 명분과 합리화를 가지고 싸우고 논쟁하고 다툼을 일으켰지만, 그곳엔 하나님의 목소리는 부재하였습니다. 물론 모두가 이런 분들은 아닙니다. 그러나 노회를 주도하는 세력이 이런 일들을 벌여 나갔습니다. 그러다 보니 목회에만 전심을 가진 목사님들은 이런 모습에 대해 그저 방관자가 될 뿐이었습니다. 저 역시도 노회에 무관심해질 뿐이었습니다.

이야기 둘
최근에 저희 교회는 지하 셋방을 벗어나 지상으로 올라가 빛을 보게 되었습니다. 수년 동안 습기와 곰팡이를 먹었던 초라한 살림들이 모처럼 신선한 공기와 햇볕을 쬐게 되었습니다. 무엇보다 기쁜 것은 날마다 철야하며 기도하시는 교회의 나이 드신 권사님들과 집사님들이 좋은 공기를 마시며 기도하고 철야하게 된 것입니다. 교회가 부흥되어서 성도가 많아져서 이전한 것이 아닙니다. 물론 수없는 기도가 있었습니다. 모든 것이 하나님의 은혜입니다.

여기서 그 은혜의 통로가 되신 무명의 목사님 한 분을 소개해 봅니다. 제가 그동안 격었던 수많은 목사님과는 전혀 다른 분입니다. 먼저 우려가 되는 것은 그분은 이러한 글을 올리는 것을 전혀 모른다는 것입니다. 누가 될까 하는 마음도 들지만 <뉴스앤조이>에 이러한 좋은 소식도 많이 들려지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용기를 냈습니다.

이번 여름은 제가 있는 지역에 엄청난 폭우가 내렸습니다. 지하 교회에 물이 넘어올까 얼마나 마음을 졸였는지 모릅니다. 폭우가 다 지나고 공동의회로 모든 성도들이 모였습니다. 그리고 그간 한 번도 내색도 안 했던 교회 이전을 위한 특별 헌금을 작정했습니다. 그래서 어쨌든 내년에는 지상으로 올라가 보자는 것이 모두의 마음이었습니다. 가난한 성도들의 귀한 결단이었습니다.

공동의회 결과는, 첫째 당장 어떻게 할 수 있는 것이 없으니 내년 여름이나 가을쯤에 교회를 지상으로 옮긴다, 둘째 교회 이전을 위한 특별 헌금을 작정해서 내년까지 모인 돈으로 어떻게 해보자. 그렇게 해서 저희는 헌금 작정을 결의하고 마쳤습니다. 참으로 홍해를, 요단강을 건너는 첫발을 내딛는 순간이었습니다. 사실 기도는 엄청나게(?) 많이 해 왔지만 구체적인 실행을 시작한 건 처음이었습니다.

그 주 화요일 저녁이었습니다. 저와 절친한 신학교 동기 목사로부터 전화가 왔습니다. 내용인 즉, 신학교 때 또 다른 동기로 제주도에서 수년 동안 사역하고 있던 친구 목사가 11년 만에 제가 있는 지역에 왔다고 했습니다. 개인적인 사역과 관련된 일로 왔다가 제 동기 목사에게 연락을 한 것이었습니다. 그날 밤 늦게 10시가 넘어서 세 가정이 모여서 이런저런 살아온 이야기, 사역 이야기를 나누다가 제가 지난 주일 공동의회 이야기를 했습니다.

그때 동기인 목사가 그 이야기를 듣더니 "잠깐만!" 하고 무릎을 쳤습니다. 한 교회에서 교회당을 이전하는데, 지금 그 장소가 비어 있다는 것이었습니다. 그 교회는 저의 신대원 동기인 목사님이 개척한 교회인데, 그 목사님이 아프리카에서 선교를 하시다 돌아와 개척한 지 2년 된 교회였습니다. 그날은 밤이 너무 늦어서 연락을 못하고 다음날 그 목사님에게 한번 연락을 취해 보기로 했습니다. 그리고 수요일에 통화하고 목요일에 그 교회로 가서 목사님을 만나기로 약속을 잡았습니다.

드디어 그날 교회에서 목사님을 만났습니다. 목사님이 도착하시기 전에 교회에 올라가서 이 장소를 달라고 간절히 기도한 후 구석구석 둘러보았습니다. 평수는 복도 포함해 50평 정도 되는 비교적 깨끗한 5층 건물입니다. 교회는 4층을 쓰고 있었습니다. 조금 뒤 친구 목사와 함께 오신 목사님은 신대원 때 안면이 있는지라 저를 알아보고 반갑게 악수를 청했습니다.
이 교회를 개척한 목사님은 신대원을 졸업하고 아프리카 N국 최전선에서 선교를 하시고 돌아와서 교회를 개척하신 분입니다. 저와는 신대원 동기이지만 나이는 저보다 훨씬 많은 분입니다. 늦게 부름받아 신학을 하고 선교를 나갔다가 오신 분입니다.

그 목사님의 이야기는 이러했습니다. 이 건물은 보증금 2,500만 원에 월세 50만 원을 주고 있는데, 이제 새로운 장소로 이미 이전했고, 그동안 기도로 닦아 놓은 터라서 새로운 사역자에게 그대로 물려주고 싶다는 것입니다.
걸린 보증금 전부와 함께 월세도 후원자를 통해서 섬겨 주겠다는 것이었습니다. 단지 유일한 조건은 "기도를 많이 하는 교회여야 한다"는 것뿐이었습니다.

저는 깜짝 놀랐습니다. 이제 개척한 지 2년 정도 되는 교회가, 그것도 성도들은 60여 명 정도뿐인데. 목사님이 기도하시다가 하나님이 주신 감동으로 이런 결정을 했고, 성도들도 흔쾌히 목사님의 결정에 따라 주었다고 합니다.
처음엔 목사님 자신도 이런 감동을 받고서도 스스로 "이건 말도 안 된다"라고 생각하셨다고 합니다. '우리도 개척 교회인데……'라는 생각이 있었지만 순종하신 것입니다.

대화 후에 5층이 비어 있기에 함께 둘러보았습니다. 이전에는 사무실로 쓰던 곳인데 마침 나가고 비어 있었습니다. 아주 깨끗한 상태로 좋아 보였습니다. 그래서 결론적으로, 4층은 목사님에게 물려받고 5층은 저희가 사택 겸 교육관으로 사용하는 것으로 되었습니다.
이리하여 저희가 공동의회를 통해서 몇 년 후를 바라보고 결단한 교회 이전이 불과 4일 만에 이루어져 버렸습니다. 아무런 방법도 보이지 않았던 저희에게 하나님께서 은혜를 베풀어 주셨습니다.

간판을 새로 하려니 금액이 만만치 않았습니다. 그래서 목사님은 심지어 교회 이름까지도 그대로 사용할 수 있도록 배려해 주었습니다. 간판에 있는 전화번호 때문에 전화까지 그대로 넘겨주셨습니다. 그리고는 자신은 어떤 간섭도 참여도 안 할 테니 마음껏 사역하라고 말씀하셨습니다. 또 누구에게도 말하지 말라고 하셨는데, 죄송하게도 여기에 올리게 되었습니다.

이 목사님은 부자가 아닙니다. 1,000만 원 보증금에 30만 원 월세를 내는 집에서 살고 있습니다. 자녀들도 아주 많습니다. 한국에 와서 개척을 시작하면서 어린아이 두 명을 더 입양했습니다. 목사님이 처음 개척할 때 저희가 물려받은 교회의 2,500만 원 전세금이 없어서 많이 어려우셨다고 누군가가 귀띔해 주었습니다. 그 금액을 몽땅 저희에게 주신 것입니다.

그래서 저희도 똑같이 이 장소에서 옮길 때 그리하자고 결단하였습니다. 여기서 그치지 않고 그 은혜의 역사가 지금까지 계속 이어지고 있습니다.

개척하고서 제가 경험한 목사님들 이야기를 두서없이 올려 보았습니다. 하나님나라가 어디에 있는지 확연히 보입니다. 물론 저는 누군가를 높이고 누군가를 비하하려고 이 글을 쓰는 것이 아닙니다. 이곳에 올라오는 수많은 기사들이 비판적일 수밖에 없다는 데 동감합니다. 그러나 그것이 전부가 아님을 저의 경험을 통해서 나누고 싶습니다. 같은 목사로서 제가 만난 목사님들의 이야기를 올리려니 부끄러울 뿐입니다.

이 글을 쓰면서 저 또한 다른 이들에게 어떤 목사로 보여졌을까 하는 마음이 많이 들어서 스스로를 돌아보게 됩니다. 부디 이 글을 읽는 분들 모두에게 부탁드립니다. 바른 목사가 되도록 기도해 주십시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