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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면서도 속는 게 목회?/ 장운철 목사의 개척교회 이야기
2008-10-02 08:53:35 read : 8328
장운철
kofkings@amennews.com
수요예배 30분 전 낯선 한 사람 A씨가 예배당 문을 열고 들어왔다. 썰렁(?)한 개척교회
예배당에 누군가 온다는 것은 기쁨 그 차제다.
그 사람은 한 자리에 앉더니 잠시 머리를 숙여 기도했다.
아니 그렇게 보였다. 그는
곧이어 “목사님께 ... 왔습니다”고 말을 흘렸다.
잘 들리지 않았다. 필자(<교회와신앙>,
www.amennews.com)에게 무엇인가 말하는 것 같아 그에게 다가가 다시 물어봤다.
“제대로 못 들었습니다. 다시
말씀해주시겠어요?”
“네, 목사님께 안수기도 받으러 왔습니다.”
‘안수기도’라는 말에 필자는 잠시 주춤거렸다.
‘안수기도’라는 행위를 그리 좋아하지 않을뿐더러 왠지 그 A씨의 모습이 미더워 보이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그의 요청을 거부할 수
없는 게 목사의 자리다.
“저는 고아로 자랐습니다. 일가친척 아무도 없습니다.
저의 한 쪽 눈은 보이지 않습니다. 한 쪽
손의 손가락도 공장에서 일하다 잘렸습니다.
오늘 하루 종일 굶었습니다.
고향에 내려가려고 하는데 차비가 없습니다. 기도해
주세요.”
기도할 제목을 묻자. 마치 기다렸다는 듯 물어보지 않은 멘트까지 쏟아져 나왔다.
‘그러면 그렇지’라는 생각이 내
마음을 사로잡았다.
불편했다. 이런 마음으로 그를 위해 기도해 준다는 게 편하지 않았다.
곧 예배가 시작되어야 한다는 것도 마음을
압박했다.
그의 손과 눈을 보니 거짓말은 아니었다. 측은한 마음이 들었다.
예수님께서도 이 상황에서 기도해 주실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기도했다. 주님의 은혜를 구했다. 그도 머리를 숙이고 기도에 동참했다.
‘아멘’으로 기도를 마치자 그도 따라했다.
이 상황을 지켜보던 아내가 그 사람에게 1만원의 현찰을 건넸다.
그것도 미안하다는 표정을 지으면서 말이다.
그는
덥석 받아 주머니에 집어넣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예배드리고 가지 않겠습니까?’라는 필자의 질문에 그는 ‘바빠서...’라며 부리나케 문을
열고 나갔다.
그날 수요예배가 어떻게 진행되었는지 모른다. ‘속았다’라는 것과 함께 ‘참자’, ‘그럴 수도 있지’ 등의 생각이
예배를 인도하는 시간 내내 필자의 마음 속에서 뒤엉켰다.
‘그래 잘 먹고 잘 살아라. 갈 데가 없어서 개척교회에 와서 뜯어먹냐’며 화를
내기도 했다.
물론 그 말은 입속에서만 말이다.
화가 안 풀렸는지 예배가 끝난 후 괜히 아내를 나무랬다.
‘시키지
않은 일을 왜 했느냐’, ‘1만원이 작게 보이느냐’,
‘그 동료들이 또 몰려오면 어떻게 하느냐’며 몰아세웠다.
집으로 오는 길에
후회했다. ‘기도해주고 화내는’ 내 자신의 모습이 한심해 보이기도 했다.
▲ 주일저녁예배 땐 대체로 3-4명이 참석한다
또 속아야 하나?
약 일주일 후 주일 저녁예배(7시)에 낯선 한 남자 B씨가 예배당 문을 열고 들어왔다.
필자의 마음은 여전히 흥분됐다.
낯선 이가 예배를 드리기 위해 찾아왔다는 사실에 대해서 말이다.
예배가 방금 시작되었다.
그는 자연스럽게 비치용 성경찬송을 가지고 한 자리에 앉았다.
예배에 참석하기 위한 여느 성도의 모습과 다르지 않았다.
예배가 기쁜 마음으로 마쳐졌다. 필자의 마음이 그러했다.
B씨는 곧바로 목사인 필자에게 면담을 요청했다.
그와는
구면이었다.
이틀 전 금요기도회가 마쳐진 후 집으로 돌아갈 때 그는 교회 문 밖에서 필자를 기다리며 ‘목사님이지요?’라며 접근해왔다.
필자가 목사처럼 보였다며 너스레를 떨기도 했다.
“저에 대해서 잠시 말씀드려도 되겠습니까?”
“그렇게 하세요.”
“저의 이름은 000입니다. 고향은 전남 광주입니다.
부모님은 6살 때 돌아가셨고, 8남매의 형제가 있지만 거의 고아처럼
자랐습니다. ...”
그의 이야기가 어느 순간부터 들리지 않았다. ‘멍-’했다.
그렇다고 귀에 이상이 생긴 것은 아니다.
‘올 것이 또 왔구나’라는 생각이 필자의 마음을 붙잡았기 때문이다.
‘A씨가 보낸 동료일까?’,
‘분명히 돈을 요구할 텐데
어떻게 거절하면 가장 현명할까?’ 등의 생각이 가득했다.
“그래서 여기에 차비를 좀 충전해 주셨으면 좋겠습니다”며 그는
대중교통카드인 ‘티머니’를 내밀었다.
공장에 취직하러 가려는데 낼 아침에 갈 차비가 없다는 것이다.
현금을 달라고 하면
거부당한다고 생각했기 때문인지 교통카드를 내민 것이다.
‘목사의 주된 역할은 물질도움보다 하나님의 은혜를 간구해 주는 것’이란
주제로 설명을 하며 그의 요구를 은근히 거절했다.
그러자 그는 하루 종일 굶었다며 다시 한 번 교통카드를 내밀었다.
최대한
불쌍하게 보이려는 작전(?)인 듯했다.
재차 거절하자 그는 자존심 상한 표정을 지었다.
그와 대화하면서 ‘만에 하나 진짜면
어떻게 하지’라는 생각이 필자(<교회와신앙>, www.amennews.com)의 마음을 무겁게 했다.
‘이럴 때 주님은 어떻게
하실까’라는 질문도 머리 속을 돌아다녔다.
‘그래 일단 하루 종일 굶었다니 그것부터 해결해 주며 생각해보자’는 맘에 그에게 식사를
청했다.
김밥집을 택한 그는 순식간에 김밥 한 줄과 오뎅 한 그릇을 ‘뚝딱’ 해치웠다.
적어도 저녁식사만큼은 못 먹은
듯했다.
B씨의 식사 모습을 보며 필자의 마음이 왠지 흔들렸다.
‘나는 오늘 굶지는 않았지 않은갗 그리고 ‘10번 중에 1번은
진짜이지 않을까?’라는 생각들 때문이다.
결국 ‘또 속아보자’고 결론을 내렸다.
그에게 교통카드를 받아들고 편의점으로
갔다. 1만원 충전을 해주었다.
그는 고맙다는 말을 남긴 채 어둠속으로 사라졌다.
‘휴-’ 긴 한숨이 나왔다. 역시 마음이
가볍지 않았다.
집으로 향하는 발걸음이 무거웠다.
아내와 아무런 말을 하지 않았다.
‘당신도 비슷하네요’,
‘1만원보다 많았어요’ 등으로 필자를 나무랄 수도 있는데 아내는 그렇게 하지 않았다.
집 근처 한 편의점을 스쳐 지나가다가
한 가지 의문이 들었다.
‘혹시 교통카드로 편의점에서 물건을 구입할 수 있지 않을까?
만약 그렇다면 그 B씨가 그것으로 술 담배를
사려는 게 아닌가?’하는 생각이다.
즉시 주변 사람들에게 문의를 했다. 대답은 ‘Yes’였다. ‘아- 이런...’
물론
B씨가 ‘진짜’이길 바란다. 정말 그래서 다시 왔으면 좋겠다.
그와 대화를 할 때 복음을 전하지 못한 게 계속 마음에 남기 때문이다.
돈을 주면서 복음을 전하는 게 왠지 구차해 보이는 것 같아 못했는데 그것도 조금은 후회스럽기도 하다.
‘돈을 위해 교회를
찾는 이들’에 대한 토론이 벌어졌다.
필자와 교제를 하는 동료들과 함께 말이다.
물론 이번에 겪은 필자의 일이 도마 위에
올라왔다.
이 주제는 필자만의 문제가 아니었다. 많은 교회가 직면하고 있는 현실이었다.
쉽게 결론이 나지 않았다.
‘이렇게 해도 후회, 저렇게 해도 후회’라는 의견이 제일 그럴듯해 보였다. 도와줄 수도 없고, 안 도와줄 수도 없다는 말이다.
한
지인이 ‘단위를 낮추어서 해결해 보세요’라고 조언을 했다.
500원 또는 1천원 단위로 구제 금액 단위를 낮추어 보자는 것이다.
많은 교회들이 이 문제를 그렇게 해결해 가고 있다고 전했다.
그렇다. 그게 가장 현명한 해결책인 것 같다.
비록
돈만을 필요로 하는 사람일지라도 개척교회 문을 열고 들어오는 이가 있다는 게 한편으로는 반갑기도 했다.
교회의 문을 두드리는 이가 있다는
사실이 목사의 마음을 흥분하게 만든다.
또한 요즘처럼 기독교가 사회로부터 공격을 받고 있는 이때에 그래도 교회에 가면 도움을 받을
수 있다는 생각을 하는 사람들이 있다는 게 감사하기까지 했다.
아직도 교회의 이미지가 나쁜 것은 아니구나라는 생각 때문이다.
그 사람들에게도 복음을 전할 수 있지 않을까?
그들은 돈을 원했지만 사실 그들의 인생은 하나님을 더욱 필요로 하지 않은가?
돈을 이용해서라도 복음을 전하는 게 옳은 것 같다.
그래서 알면서도 속아 넘어가 주는 게 바로 목회가 아닐까?
오직 복음 전파를
위해서 말이다. ‘그들이여! 다시 와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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